청년들 산다고 차별하나"…산꼭대기 임대주택 가보셨나요?
서울에서 청년 임대주택 입주 경쟁은 복권 당첨만큼이나 치열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임대주택은 매번 공실로 남아 '만년 빈집'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그 이유, 직접 가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산꼭대기'에 위치한 임대주택들입니다. 청년들에게 '기회의 집'이 아니라 '고립의 집'이 되고 있는 현실, 직접 들여다봅니다
공실의 악순환, 산꼭대기 임대주택의 민낯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빌라. 11가구가 살 수 있는 이곳은 최근 1년 새 세 번이나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특정 호실은 연달아 공실로 남았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입지'입니다. 이 빌라는 국사봉 자락, 빌라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2호선 봉천역)에서 25분 넘게 언덕을 올라야 도착합니다. 경사는 가팔라, 초봄에도 셔츠가 땀에 젖을 정도입니다. 사실상 '하늘 아래 첫 집'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생활불편, 청년이 버티기 힘든 조건
주변 편의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언덕을 150m나 내려가야 겨우 편의점 하나가 나옵니다. 식당도 드물어, 매번 직접 요리해야 하는데 원룸 특성상 쉽지 않습니다. 입주자 박 씨는 "뭐 하나 사려면 마을버스 타고 20~30분씩 걸려 신림동까지 나가야 한다"고 토로합니다. 그는 직장이 가까워 4년째 살고 있지만, 대외활동이 많은 청년이나 대학생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산꼭대기 주택 특성상 벌레가 많고,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도 열악합니다. LH가 2019년 준공 직후부터 관리하고 있지만, 입지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입주자들은 잠깐 살다가 떠나고, 이곳은 반복적으로 공실 목록에 오릅니다
"몸 약하고 돈 없고 바쁜 사람들, 산꼭대기로 가라는 게 차별 아니냐"
빌라촌 초입 W부동산 대표는 "서민들은 마을버스 비용도 아끼려고 한다"며, "몸 약하고 돈 없고 바쁜 사람들을 산꼭대기에 가라는 것은 차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실제로 수도권 전역에서 반복적으로 특정 임대주택, 특정 호실이 공실로 남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용산, 강동 등 인기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LH는 "서울 공공임대주택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라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여전한 셈입니다
임대주택, 왜 청년만 산꼭대기로 보내나
이런 현상은 단순히 입지 문제만이 아닙니다.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청년이니까 이 정도면 됐다'는 정책적 안일함이 맞물려 있습니다. 최근 수도권 신축단지에서도 임대동을 외벽 도색 등으로 구분해 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정부는 소셜믹스 정책 등으로 차별을 없애려 하지만, 여전히 청년주택이나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청년 주거,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청년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출퇴근이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청년들이 살 수 있어야 진짜 주거복지입니다. 산꼭대기, 외진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놓고 '공급했다'고 자랑하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결론: 청년 주거, 차별 없는 현실로
청년이라고, 임대주택이라고 산꼭대기로 보내는 현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차별'입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공급했나'가 아니라, '얼마나 살기 좋은 집을 공급했나'를 따져야 할 때입니다. 청년이 미래라면, 그들의 집도 미래를 담아야 합니다. 산꼭대기가 아닌, 일상 속에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집. 그것이 진짜 청년주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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